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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공지 조수근 원장의 소중한 시간 겸손과 감사로 보내리…
작성자 : 조은안과 작성일 : 2019-01-21 조회수 : 232396
조수근 원장의 소중한 시간 겸손과 감사로 보내리…



녹내장으로 내원한 환자 살펴보다 말기암이란 사실 알고 말문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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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개월 후에도 제가 선생님을 보러 올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녹내장에 걸린 환자를 진료하던 도중 그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흘러나왔다.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해 시신경이 눌리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며, 증상은 보통 수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난다. 일부 급성 녹내장을 제외하고는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녹내장 환자는 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처방받는데, 제대로만 관리하면 1년에 한두 번만 병원을 찾으면 된다. 가끔 안압 조절이 잘되지 않아 약을 추가하거나 교체해야 할 땐 조금 더 자주 내원해 경과를 살피게 된다. 

그 환자는 최근 안압이 올라가는 일이 잦아 약을 교체한 상황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환자에게 “그럼 3개월 후에 뵐게요. 약을 바꿨으니 이번에는 조금 빨리 오세요. 약이 잘 맞는지 불편한 것은 없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라며 다음 약속을 잡았다. 그러자 환자가 3개월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한 것이다. 

무슨 말인가 싶어 멍하니 환자를 바라보다 얼핏 짚이는 게 있어 진료기록부를 뒤졌다. 아니나 다를까 6개월 전 기록에 ‘말기 췌장암으로 치료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말기암’이라는 글자에 잠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당장 3개월 뒤를 기약할 수 없는 환자에게 오년, 십년 후를 걱정하며 약을 처방하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럴 때 환자에게 뭐라고 해야 할까? 시선을 모니터 화면에서 환자에게로 천천히 옮겼다. 

겉으로 보기에는 암과 싸우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지난 6개월을 이렇게 잘 버텨왔는데 또 6개월을 못 이겨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따라온 따님에게 시선을 돌렸다. 환자 옆에 서 있던 따님의 눈 주위가 빨갛게 변했다. 얼른 시선을 환자에게 다시 돌렸다. 담담하게 나를 바라보는 환자의 눈은 깊디깊은 호수와 같이 잔잔했다. 속절없이 마스크만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새파란 젊은 의사의 어떤 말도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어르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약 잘 쓰셔야 오래오래 잘 지내실 수 있습니다. 진료 예약 날짜 잘 기억하셨다가 꼭 오세요.” 

어쭙잖은 위로보다는 다음에도 꼭 오셔야 한다는 설명이 더 나을 것 같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환자는 내 손을 한 번 잡고는 따님의 부축을 받으며 진료실을 나갔다. 

3개월 후에는 계절은 물론 주위 환경도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나는 무얼 하고 있을까? 3개월이 지나 진료실에서 다시 그 환자를 만나게 된다면, 더불어 그의 눈 상태까지 양호하다면 기쁜 마음으로 또 6개월 뒤 진료 약속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을 겸손과 감사의 기도로 보내리라. 

조수근<울산의대 강릉아산병원 안과 전문의>